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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라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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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1-13 15:53 조회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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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교육과 보도자료


1980년경에 경영학 분야에서 등장했던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은 세계화를 추구하면서 이와 동시에 현지(대부분 ‘국가’를 가리키는 지역 범주)의 독자성과 고유성을 지켜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로 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국제 비엔날레 행사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과 각 지자체의 폭발적인 관심, 그리고 해외 유명 대학들 및 주요 미술 시장들에 대한 개인과 기관의 진출 노력들에서 토대가 되었던 것 또한 ‘세계화’와 ‘지역화’의 공존, 더 나아가서는 상위호환 가능성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미술계에서는 글로컬리제이션 개념이 ‘세계화를 위한 토대이자 전략으로서의 지역화’라는 명제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는데, 초창기(그리고 현재까지도) 서구 경영학자들이 세계적 기업의 타 국가(현지) 진출을 위한 성공적 전략으로서 글로컬리제이션 개념을 주창했던 것을 생각하면 자못 역설적이다.



현재까지 추이를 보자면 글로컬리제이션 전략의 종착지가 글로벌리제이션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구 신자유주의와 초국가적 자본 기업, 정치·문화적 수퍼 파워에 의해서 현지의 경제와 문화가 재단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으며, 특히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국제 행사를 중심으로 펼쳐진 세계화의 담론들이 ‘현지’의 이야기와 관심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현상이 지난 20여 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때로는 지역 정체성 확립이 글로벌리제이션의 하위 과제로서 제시되기도 했다. 베네치아비엔날레와 카셀도큐멘타, 바젤아트페어 등 유수한 해외 행사를 벤치마킹한 국제 예술행사를 창설하면서 이들에 대한 변별력과 경쟁력을 갖춘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 미술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인 수준과 규모의 문화예술 행사와 기관을 확보하게 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는 우리의 삶에서 토대가 되고, 일상생활에서 유기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으로서의 ‘지역’ 범주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세계화’ 혹은 ‘전지구화’로 번역되는 글로벌 개념에 대한 상대로서의 지역(Local) 단위는 대개 국가였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화두가 되는 문화적 ‘지역화’의 범주는 이보다 훨씬 더 세분화되고 있다. 도 단위에서 시군 단위로, 다시 구와 면 단위로 내려가는 행정 조직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 동네’ 혹은 ‘마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동체의 개념으로서의 지역인 것이다. 건축 분야에서 불고 있는 ‘골목길’에 대한 관심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지역 특성화’라는 용어가 문화예술과 교육 학술 분야에서 부각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역 중심’, ‘수요자 중심’을 모토로 2018년 발표된 ‘문화예술교육 5개 년 종합계획’이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는 미술 현장에서 활동 중인 예술가들과 기획자들이다. 커뮤니티 아트를 통해서 해당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 사이의 상호 소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경기문화재단과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분관, 성북지역의 문화 유산과 역사를 보존, 발굴하고 이를 일상적인 차원의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는 성북구립미술관과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 해남 지역 사회의 생태 환경을 체험 현장으로 활용하는 행촌문화재단의 교육프로그램 등은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문화예술 활동의 향유자이자 참여자로서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동체의 규모와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모색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는 지방 공동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정치·문화적으로는 거대 자본과 ‘큰 손’들의 지배력에 대한 경계와 선망이 여전한 상황에서, 위와 같은 미술 현장의 시도들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 조은정(1969- )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석사와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교 역사와 고고학부 박사. 현재 한국미술이론학회 회장. 『헬라스와 그리스: 그리스성에 대한 문화사적 고찰』(사회평론아카데미, 2016)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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